[학교소식] 분만 8000례 눈앞…이대엄마아기병원이 만든 ‘고위험 출산 안전망’
분만 8000례 눈앞…이대엄마아기병원이 만든 ‘고위험 출산 안전망’
박미혜 병원장 “고령·난임 증가에 고위험 산모 늘어”
태아 치료부터 신생아 집중치료까지 협진체계 구축
신생아중환자실 병상 확충·지역 분만병원 협력 과제

저출산으로 분만 수요가 줄어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분만 건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병원이 있다. 이대엄마아기병원이다. 누적 분만 건수는 8000례에 근접했고, 연간 분만 건수도 2000례 수준으로 증가했다.
분만 실적 증가의 배경에는 고위험 산모의 증가가 있다. 고령 임신과 난임 치료가 늘면서 일반 분만병원에서 출산하기 어려운 산모들이 전문 치료시설을 갖춘 대학병원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엄마아기병원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함께 치료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해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박미혜 이대엄마아기병원장은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대서울병원 모아센터 시절에는 2년 동안 분만 건수가 1000례 정도였지만, 이대엄마아기병원으로 출범한 이후에는 연간 2000례 정도로 늘었다”며 “지난해에는 분만 건수가 1000례 증가하는 데 6~7개월이 걸렸다면 올해는 7000례에서 8000례에 도달하는 데 5개월 정도가 걸렸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에서 연간 2000례 이상의 분만을 시행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것이 박 원장의 설명이다.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난임 치료를 받는 산모가 증가하면서 분만 과정에서 전문 의료진과 시설이 필요한 사례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고령 산모와 난임 환자가 늘어나면서 고위험 산모도 증가하고 있다”며 “일반 분만병원에서는 출산하기 어려운 산모들이 많아지고 있고, 이들은 여러 진료과의 협진이나 신생아중환자실이 갖춰진 대학병원에서 분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의 병원 인근에 난임 의료기관이 다수 자리 잡고 있다는 지역적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난임 치료를 받은 산모 가운데 고위험 임신에 해당하는 환자들이 전문적인 분만 의료기관을 찾으면서 병원으로 유입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고위험 산모 증가에 태아 치료 역량 강화
병원은 고위험 산모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태아 치료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다태아 임신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치료다.
쌍둥이가 하나의 태반을 공유하는 단일융모막 쌍태임신에서는 태아 사이 혈관이 연결돼 혈액 공급에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이 쌍태아간 수혈증후군이다. 한쪽 태아에 혈액이 과도하게 공급되고 다른 태아에는 부족하게 공급되면서 두 태아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
이대엄마아기병원은 지난해부터 태아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 치료체계를 구축했다. 태아 사이에 연결된 혈관을 레이저로 차단해 혈액 공급 불균형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박 원장은 최근 임신 20주 무렵 심각한 쌍태아간 수혈증후군이 발생한 산모를 치료해 임신 31주에 두 아이를 분만한 사례를 소개했다. 두 아이 모두 치료를 마치고 퇴원을 앞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산부인과와 신생아 진료 분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박 원장은 고위험산과센터와 신생아집중치료센터 의료진의 노력뿐 아니라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개선하는 조직문화도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산모가 원하면 24시간 모아동실…주치의 분만제 유지
병원은 대학병원의 전문 치료 역량을 유지하면서 산모들이 편안하게 출산과 회복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도 강조하고 있다.
산모가 원하면 출산 이후 신생아와 24시간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모아동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 상태에 따라 휴식이 필요한 산모에게는 신생아 돌봄을 지원한다. 산모 병동과 고위험 산모 병실에는 샴푸실 등 편의시설도 마련했다.
주치의 분만제 역시 병원이 유지하고 있는 진료 방식이다. 임신 기간 산모를 진료해 온 주치의가 출산까지 담당하는 제도로, 산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잘 아는 의료진에게 분만을 맡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 원장은 “주치의 분만제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든 제도지만 산모에게는 안심할 수 있는 진료 방식”이라며 “임신 기간 산모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펴온 의료진이 분만까지 담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NICU 병상 확충·지역 분만병원 협력 과제
분만 건수 증가에 따른 과제도 남아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신생아중환자실(NICU) 병상 확충이다.
박 원장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치료할 역량을 갖추고 있더라도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해 외부 의료기관에서 의뢰한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신생아중환자실 병상 수가 충분하지 않아 다른 병원에서 환자를 보내려고 해도 받지 못하는 일이 있다”며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분만병원과의 협력 강화도 향후 발전 방향으로 제시했다. 일반 분만병원에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는 환자는 지역에서 진료하고, 전문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 산모는 대학병원이 맡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위험 산모를 먼 지역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하면 지역별로 전문적인 분만 치료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이대엄마아기병원의 역할이 분만 건수를 늘리는 데만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역 분만병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환자를 수용하고, 이들 의료기관이 안전하게 분만 진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대학병원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대학병원이 지역 분만병원과 똑같은 환자를 두고 경쟁하기보다는 지역 분만병원들이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곳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받아서 치료해야 한다”며 “그것이 대학병원의 존재 이유이자 지역 분만병원과 상생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처: 쿠키뉴스 https://www.kukinews.com/article/view/kuk202610280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