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소식] 신경과학교실 이향운 교수 인터뷰-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이화의생명연구원장-보구녀관의 의료정신에서 인공지능 기반 정밀 뇌의학까지
1887년 보구녀관(普救女館)에서 시작된 이화의 ‘섬김과 돌봄’은 140여 년이 지난 오늘, 뇌과학과 인공지능(AI)을 만나 새로운 의료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뇌과학과 AI의 융합은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예측하고, 예방하고, 개인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정밀 뇌의학(Precision Brain Medicine)’ 시대를 열고 있다. 개인의 뇌 상태와 질환 위험을 예측하고, 조기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를 통해 뇌질환은 물론 정상적인 뇌 노화와 인지기능의 개인차까지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는 예방과 관리까지 건강한 뇌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의료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사람의 삶을 돌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의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1887년 보구녀관에서 시작해 이어온 이화의 ‘섬김과 돌봄’의 정신 역시 첨단 의료기술과 연구가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이러한 정밀 뇌의학으로의 진화의 중심에서 이향운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이화의생명연구원장은 뇌과학과 AI를 접목한 연구를 실제 임상 현장으로 연결하는 ‘연구-임상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데 여념이 없다. 뇌전증과 수면장애, 인지 저하 등 만성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안겨줄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이를 진단과 치료, 예방과 건강관리로 확장하는 정밀 뇌의학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 최초의 근대식 여성 병원이자 여성 의학교육기관으로 출발한 이화의 의료 정신을 오늘의 뇌과학과 AI로 이어가며 미래 의료를 열어가고 있는 이향운 교수. 140여 년의 이화 의료 역사를 품은 보구녀관에서 그를 만나, 뇌과학과 AI가 만들어갈 정밀 뇌의학의 미래, 그 중심에 놓인 ‘사람을 위한 의료’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향운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이화의생명연구원장 Ⓒ김윤혜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뇌신경망에서 뇌건강으로, 인간의 지능에서 인공지능으로…정밀 뇌의학의 시작
뇌전증과 수면장애 치료 분야 명의로 손꼽히는 이향운 교수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뇌전증과 수면장애 및 인지기능 이상 환자를 진료하는 동시에 인간의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질환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러한 임상과 연구의 여정은 궁극적으로 뇌의 기능을 이해하고, 그 기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며, 나아가 뇌기능을 예측하고 조절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저의 연구 여정은 임상에서 출발해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다시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연결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왜 어떤 뇌에서는 발작이 발생하고, 발작은 뇌 전체의 기능과 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은 자연스레 뇌전증을 특정 병변의 문제가 아닌 뇌신경망의 이상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는 관점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개별 질환이나 특정 뇌 영역을 넘어 뇌신경망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인간의 인지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나아가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복잡한 뇌기능과 질환의 패턴을 분석하고, 개인의 뇌 상태와 미래의 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연구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연구 초기 이 교수는 뇌전증과 뇌신경망에 집중했다. 뇌전증에서 발생하는 발작이 단순히 특정 뇌 부위의 문제가 아닌 뇌의 여러 영역이 연결된 뇌신경망의 이상에 기인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에 뇌영상과 뇌파(EEG), 전기생리학(electrophysiology)을 이용하여 뇌기능과 인지기능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에 몰입했다. 특히 뇌파와 뇌영상 등의 다양한 뇌신호 데이터를 통합해 발작의 발생과 전파를 설명하는 뇌 네트워크를 규명하고, 발작을 조기에 탐지·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AI와 신호처리 기술을 접목한 경련뇌파 조기 탐지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관련 특허를 등록했으며, 저강도 초음파 신경조절과 저주파 반복경두개자기자극(rTMS) 등 비침습적 신경조절기술을 활용한 난치성 뇌전증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탐색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갔다. 현재도 뇌전증과 수면을 중심으로 정상과 질환 상태에서 뇌신경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뇌영상과 뇌파, 생체신호, 인지 데이터 등을 통합 분석하면 개별검사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미세한 뇌기능의 변화를 보다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통해 질환의 위험이나 경과를 예측하고, 환자 개인의 뇌 특성과 치료 반응을 예측하고 분석하여 보다 정밀한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가능해지죠.”
뇌전증과 뇌신경망에서 출발한 연구는 자연스럽게 수면과 뇌건강으로 확장되었다. 이 교수에게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나 생활 습관을 넘어 뇌의 구조와 기능, 기억과 인지, 나아가 뇌 노화와 밀접하게 연결된 중요한 생리적 과정이다. 현재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잘 자는 것’을 건강한 삶의 한 요소를 넘어 뇌건강을 유지하고 뇌 노화를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으로 바라본다. 특히 이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수면-뇌-인지의 연결고리이다. 그는 수면의 질과 시간이 뇌의 노화와 기억 및 인지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러한 관계가 개인의 특성이나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를 규명하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수집한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해 중장년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들 때 나타나는 수면시간의 변화와 뇌 용적의 관계, 노화에 따른 수면 특성의 성별 차이 등을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깊이 들여다봤다. 이 과정에서 뇌영상, 뇌파, 생체신호, 수면 및 인지 데이터 등 서로 다른 형태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연계하여, 기존의 임상적 평가에만 의존했던 뇌기능과 인지건강을 보다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지표로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이 교수는 AI와 생체신호 분석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수면과 뇌 상태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수면과 뇌기능을 개인 맞춤형으로 조절하고 개선하는 연구로도 관심을 넓혀가고 있다. 뇌전증에서 시작된 ‘뇌신경망에 대한 질문’이 이제는 수면과 뇌건강, 인지, 뇌 노화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AI 기술과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발전으로 의료가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더 깊게 다가서고 있습니다. 이는 보건의료의 큰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할 수 있죠. 다양한 생체신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큰 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질병이 발생한 후에 치료하는 의료에서,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의료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이향운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이화의생명연구원장 / 사진 박성래 기자
다학제간 협업으로 개인 맞춤형 뇌건강 관리 위한 차세대 뇌의료 플랫폼 구축
그간의 연구 경험은 이향운 교수에게 “우리가 다양한 뇌 데이터를 통합한다면, 인간의 뇌 기능과 인지 상태를 얼마나 정밀하게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을까?”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는 현재 그가 수행 중인 멀티모달 뇌데이터와 AI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 교수는 AI와 멀티모달 뇌데이터를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인간 뇌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는 데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AI와 뇌과학, 생체신호 분석 및 신경조절기술을 융합하여 AI 기반 수면 분석과 수면-인지기능 조절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로도 영역을 확장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뇌영상과 뇌파, 생체신호를 통합한 멀티모달 뇌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뇌기능과 뇌연령을 예측하고 나아가 치매와 같은 뇌질환의 위험을 조기에 예측하여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청사진이다.
“AI는 인간의 자연지능(Natural Intelligence)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 도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임상과 뇌과학, AI를 연결하여 ‘인간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건강하게 오래 기능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뇌 상태와 변화 양상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질환을 예측·예방하며 건강한 뇌를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개인 맞춤형 뇌건강 관리 시대를 열고 싶습니다.”
최근 AI가 개별 데이터에 의존하던 기존 접근방법을 넘어, 서로 다른 뇌데이터의 정보를 교차·통합하여 인간의 복잡한 뇌기능을 더욱 정밀하게 이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이 교수 연구팀은 뇌영상, 뇌파, 생체신호, 인지·정서 행동 데이터 등 다양한 멀티모달 뇌데이터를 통합하여 인간의 뇌인지·정서 기능을 이해하고, 데이터 간 상호 연관성을 학습·예측가능한 차세대 교차모달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나섰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사업 ‘K-NeuroMind NEXUS: 뇌인지정서 교차모달 차세대 파운데이션 모델 플랫폼 개발’ 신규 과제를 수행한다. 이화의대와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등 국내 주요 대학의 뇌과학, 인공지능, 바이오메디컬 뇌공학 분야 연구진이 참여하여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진행하는 국가전략 AI 연구과제로, 지난 6월 이 교수 연구팀은 K-NeuroMind NEXUS 신규 사업의 주관 연구팀으로 선정되었다. 향후 다양한 멀티모달 데이터를 학습하는 뇌인지·정서 교차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뇌질환의 조기 예측과 개인 맞춤형 뇌건강 관리가 가능한 의료 AI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연구실에서 개발된 AI 기술이 실제 임상과 일상 속 뇌건강 관리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뇌질환 예측과 개인 맞춤형 뇌건강 관리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교수는 ▲데이터 표준화·정제와 멀티모달 데이터 구축 ▲교차모달 AI 모델 개발 ▲임상 데이터 기반 검증 ▲실제 의료 적용 및 플랫폼화 단계로 추진 중이라 설명했다. 다양한 뇌데이터를 이해하는 범용적 뇌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뇌의료 플랫폼을 구축해 나간다. 궁극적으로는 AI를 통해 인간의 자연지능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그 지식을 다시 의료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의료 AI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의료와 뇌건강에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연구중심병원으로서 이화의료원이 축적해 온 임상 데이터와 실제 의료 현장의 문제를 AI 기술과 연결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 기대된다. 이 교수는 이화의료원의 풍부한 임상 데이터와 AI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연구실에서 개발된 AI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진단과 치료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환자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뇌건강 관리까지 이어지는 연구-임상-건강관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의 정밀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뇌질환의 초기 예측과 예방적 개입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환자의 증상을 예측하고 질환을 보다 신속하게 탐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과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하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있습니다.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뇌과학, 의학, 인공지능, 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융합연구에 더욱 무게를 두고, 연구의 성과가 실제 환자의 진료와 건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향운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이화의생명연구원장 / 사진 박성래 기자
연구 성과가 실제 의료 현장에 빠르게 연결되는 선순환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며 의료·헬스케어 분야의 AI 전환 앞당길 것
이향운 교수는 앞으로의 연구에 관한 네 가지 발전 축을 제시했다. 첫째, 인공지능 기반의 멀티모달 뇌 매핑(AI-based multimodal brain mapping) 기술을 통해 뇌영상, 뇌파, 수면 및 다양한 생체신호를 통합·분석하여 개인의 뇌기능과 상태를 정밀하게 이해하고 예측하는 기술을 발전시킨다. 둘째는 ‘수면-뇌-인지 축’을 중심으로 수면과 뇌 노화, 인지기능 사이의 연결고리를 규명하여 조기 인지 저하와 뇌질환의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개발에 도전한다. 셋째는 뇌건강과 뇌질환에서 나타나는 성별에 따른 차이 연구 측면에서 남성과 여성의 뇌가 어떻게 다르게 노화하고, 수면과 인지기능 및 뇌질환에 대한 취약성이 어떻게 다른지를 대규모 코호트와 멀티모달 데이터를 통해 규명하고, 이를 성별 특성을 반영한 뇌건강 예측과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로 연결해 나갈 계획이다. 넷째는 이러한 뇌과학 및 멀티모달 데이터 기반의 연구 성과를 실제 치료로 연결하기 위한 뇌자극·신경조절치료기법 개발이다. 개인의 뇌기능과 질환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기자극, 자기자극, 초음파자극 등 다양한 비침습적 뇌자극 및 다양한 신경조절 기술을 활용하여 뇌의 특정 회로와 기능을 정밀하게 조절하고, 인지기능 저하와 수면장애, 신경·정신질환 등의 치료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한다. 특히 AI 기반 뇌 매핑과 뇌파·생체신호 분석을 뇌자극 신경조절 기술과 결합하여, 개개인의 뇌 상태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환자마다 최적화하는 ‘개인 맞춤형 정밀 신경조절치료(precision neuromodulation)’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뇌의 상태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위험을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한 경우 뇌 기능을 직접 조절하고 회복시키는 치료 기술까지 연결함으로써 ‘측정-예측-조절-치료’가 하나로 이어지는 통합적인 뇌건강 연구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교수는 AI와 멀티모달 뇌신경과학을 적용하여 개인의 뇌건강을 정밀하게 측정·예측하고, 질환을 조기에 발견·개입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뇌자극 기술을 활용해 뇌기능을 조절하고 회복시킬 수 있는 미래형 정밀 뇌의학 분야로 연구를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
“저의 연구 여정은 ‘뇌전증과 수면에서 출발하여, 뇌신경망과 인공지능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정밀 뇌건강으로’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뇌전증과 수면장애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 연구는 뇌신경망을 이해하고, 멀티모달 데이터를 통합하며, AI를 통해 인간의 뇌와 인지기능을 예측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연구 성과를 실제 의료 현장과 연결하여, 개인의 뇌건강 상태와 미래 위험을 예측하고 질환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며, 나아가 뇌기능을 정밀하게 조절함으로써 치료와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결국 개인의 뇌 특성과 상태에 기반하여 건강한 뇌를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맞춤형 뇌건강 관리와 정밀 뇌의학을 구현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 저의 연구 목표라 하겠습니다.”
글로벌 리더십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 여성 의과학자의 길을 넓히다
이향운 교수의 다양한 국제적 활동은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연구 주제와 협력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교수는 세계뇌기능매핑학회(Organization of Human Brain Mapping, OHBM)에서 여성특별활동위원회(Women Faculty SIG) 위원장으로서 전 세계 뇌과학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학문적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한신경과학회 학술위원장, 대한뇌전증학회 편집위원장을 역임하였으며, 또한 차기 대한뇌기능매핑학회 이사장으로 선출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병행하며 학문공동체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교수는 여성 의과학자로서 연구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넓히고, 다음 세대의 여성 연구자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지 않고, 더 넓은 세계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연구와 임상, 그리고 글로벌 리더십의 영역에서 자신이 쌓아온 경험을 후배 여성 연구자들과 나누고, 더 많은 여성 연구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연구를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이 한 개인의 연구 성과에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의 여성 의과학자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질문에 도전할 수 있는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IMF 당시 뜻밖의 기회로 미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는 제 커리어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죠. 물론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을 다니는 것은 너무나도 힘겨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많은 여성들이 일과 가정, 연구를 함께 이어가면서 비슷한 고민과 한계를 경험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험했던 기회와 어려움이 다음 세대 여성 연구자들에게는 조금 더 나은 환경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데이터와 협력으로 만드는 개방형 연구 생태계
이화의료원 의생명연구원장으로서 연구중심병원과 의료 빅데이터 기반의 연구혁신을 이끌어온 이향운 교수는 좋은 데이터의 확보와 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 기반의 중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의료 AI와 뇌과학은 장기간 축적된 양질의 임상 데이터와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결합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의료기관과 연구기관이 안전하게 데이터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연구자와 의료진, AI 전문가뿐만 아니라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연구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데이터 활용과 공동연구를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연구 성과가 실제 의료 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단기간 내에 성과를 요구하기보다 기초과학과 AI 기술, 임상 적용을 연결하는 장기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좋은 논문이나 기술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임상 검증과 사업화, 실제 환자 진료까지 연결되는 협력 체계가 필요합니다. 병원 내부의 연구지원 시스템을 강화하고, 대학·병원·기업·정부가 함께하는 개방형 연구 생태계가 구축될 때, 혁신 기술이 환자들에게 실질적 효용의 가치로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의료데이터가 연구를 만들고, 연구가 혁신기술을 만들며, 그 기술이 다시 환자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면 의료·헬스케어 분야의 성공적인 AI 전환을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화메디테크 융합의료연구소장과 이화의료원 성별특성 기반 젠더혁신 연구소(Gender-Innovation Research Center, Gen-I) 소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협력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시너지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뇌과학과 AI처럼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필요한 연구일수록 “서로 다른 전문성이 만날 때 새로운 연구의 가능성이 열린다”라는 것이 이 교수의 연구 철학이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연구의 경계를 넓혀가는 동시에, 후학들이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향운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이화의생명연구원장 / 사진 박성래 기자
환자의 삶을 바꿀 위대한 변화의 시작…‘좋은 질문’을 좇으며 기꺼이 도전하는 연구자
이향운 교수는 난치성 뇌전증의 새로운 치료 개발을 비롯해 환자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다양한 행보를 축적해 왔다. 그 중심에는 환자 개개인의 삶의 질에 최우선에 두고, 정확한 진단과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고자 끝까지 고민하는 임상의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었다. 특히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경우 약물치료를 넘어 정밀한 뇌기능 평가와 수술적 치료까지 연결하는 등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선택하고자 치열하게 고민해 왔다. 지난해 말에는 신경계 치료 로봇을 활용한 입체정위 뇌파 수술을 통해 발작이 시작되는 뇌 영역을 더 정밀하게 찾아내고, 이를 수술적 치료로 연결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전 정밀검사를 통해 뇌전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병소를 면밀히 분석한 뒤, 신경계 치료 로봇 ‘카이메로(KYMERO)’를 활용해 깊은 뇌 부위까지 정밀하게 접근하고 정상 뇌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병소를 제거하는 수술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발작 증상이 반복되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보다 정밀한 수술적 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포닥 시절 미국에서는 전기 자극으로 뇌전증의 경련을 억제하는 치료 기법에 관한 초기 임상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존스홉킨스 병원에 출근한 바로 그날 첫 번째 환자가 임상시험에 등록되는 현장에 함께할 수 있었죠. 이후 14년 만에 이 치료기법이 FDA 승인을 받는 과정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경험은 제게 신선한 자극이 되어주었습니다. 연구실 안에 머무르는 연구를 넘어, 환자에게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의사-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무엇보다 환자의 회복을 직접 마주하는 순간을 꼽았다. 오랫동안 반복되는 발작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환자가 수술 후 발작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복용하던 항경련제를 줄여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서 삶을 이어가는 환자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의 보람과 기쁨은 이 교수가 임상의이자 연구자로서 쉼 없이 도전하고 노력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원동력이다. 그가 수행하는 연구의 의미 또한 여기에 있다. 새로운 기술과 연구가 논문이나 성과에 그치지 않고 실제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이 교수가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다.
“연구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아직 답이 없는 질문에 도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학들에게도 좋은 질문을 가질 것,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무엇보다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신의 연구가 환자와 사회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항상 생각했으면 합니다.”
이 교수는 궁극적으로 실제 환자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연구를 향해 나아간다. 뇌과학과 AI, 의료데이터를 융합하여 뇌질환을 보다 정확히 조기 진단하고,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와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 나가고 있다. 더불어 연구중심병원의 임상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와 기술이 꾸준히 탄생하고, 그 성과가 다시 진료 현장과 의료산업으로 연결되는 연구-임상-산업의 선순환 연구 생태계 구축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뇌를 더 잘 이해하고, 더 건강하게 오래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뇌과학과 의료 AI가 세계적인 연구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이 교수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모습이다. 동시에 뇌건강은 기술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에서 시작된다며,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자신의 뇌건강을 돌보는 작은 실천이 건강한 뇌를 오래 유지하는 첫걸음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더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을 넘어, 질병이 생기기 전에 뇌를 이해하고 건강하게 지킬 수 있는 미래 의료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 여정에는 연구자만의 노력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의료기관과 정부, 산업계,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으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할 때 비로소 연구의 성과가 현실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연구가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건강한 뇌로 더 오래,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가 연구를 통해 향하고 있는 최종 목적지입니다.”
출처 : 월간인물(Monthly People)(https://www.monthlypeople.com)